배스가 미움 받게 된 사연

 배스의 정식 명칭은 ‘큰입배스’(Micropterus salmoides)다. 북미가 원산지인 담수어다. 몸

길이는 평균 30~50cm이며 최대 75cm까지 자란다. 큰 배스는 11kg까지 자라기도 한다.

몸은 올리브빛 녹색에서 회녹색을 띠고, 옆구리엔 검은 점들이 불규칙한 줄무늬를 이룬

다. 입이 크고 턱이 눈 뒤까지 뻗어 있어 ‘큰입’이란 이름이 붙었다. 육식성으로 물고기, 곤

충, 갑각류, 개구리까지 닥치는 대로 먹어치우는 포식자다. 따뜻한 물을 좋아해 수온

16~30도에서 잘 자란다. 얕은 호수나 강의 수초가 많은 곳을 선호한다.



한국에 배스가 들어온 건 1970년대 초반이다. 1973년 낚시 애호가와 수산업 관계자들이
미국에서 배스를 들여왔다. 당시 정부는 스포츠 낚시를 장려하고 수산 자원을 늘리려는
목적으로 이 도입을 승인했다. 처음엔 양어장에서 사육되며 낚시터에 방류됐는데, 문제는
여기서 시작됐다. 배스는 빠른 번식력과 강한 적응력으로 자연 생태계에 퍼져나갔다. 암
컷 한 마리가 봄철에 2만~10만 개 알을 낳고, 수컷이 둥지를 지켜 새끼를 보호한다. 게다
가 천적이 거의 없으니 개체 수가 폭발적으로 늘었다. 1980년대엔 한강, 낙동강, 금강 등
주요 하천에서 배스가 발견됐고, 1990년대엔 전국 호수와 강으로 확산했다.

2000년대 들어선 배스가 토착화돼 생태계를 교란하는 주범으로 지목됐다. 현재 잡았다
풀어주면 불법인 물고기로 취급받는다. 생태교란종을 포획한 뒤 다른 장소로 옮겨 방생하
는 행위는 엄격히 금지돼 있기 때문이다.
한국 생태계에서 배스는 토착 물고기를 잡아먹고 경쟁하며 큰 피해를 끼친다. 환경부는
2002년 배스를 생태계 교란 생물로 지정했다. 연구에 따르면, 배스가 서식하는 곳에선 토
종 물고기인 피라미, 참붕어, 버들치 등이 급감한다. 낙동강 유역에선 배스 도입 후 토종
어류 다양성이 30% 이상 줄었다는 보고가 있다. 배스는 먹이사슬 상위에 위치해 작은 물
고기부터 중형 어류까지 싹쓸이한다. 게다가 수초를 파괴하며 다른 생물의 서식지를 망가
뜨린다. 전문가들은 배스가 한국 수생태계의 균형을 깨는 주요 원인 중 하나라고 경고한


한국에서 배스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다. 낚시꾼들 사이에선 스포츠 피시로 인기가
있지만, 일반인은 배스를 생태계 파괴종으로 여긴다. 환경단체들은 배스 퇴치를 위해 포
획 캠페인을 벌이고, 일부 지역에선 배스를 잡아 없애는 행사를 열기도 한다. 식용으로 활
용하려는 시도는 거의 없다. 배스가 맛없거나 위험하다는 인식 때문이 아니라 문화적으로
생선 요리 재료로 여겨지지 않는 탓이 크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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